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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병원의 요즘 모습들
    카테고리 없음 2023. 11. 3. 05:56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아침 회진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원격 의료, 원격 회의가 뿌리내리기 시작 했지만,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의료 환경을 바꿔 버릴 줄은 몰랐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곳에서는 아침 6-7시 사이에 전공의, 인턴, 펠로우들이 각자 맡고 있는 환자들을 개별 방문한 뒤에 병원 내의 work room 이라고 하는 우리가 주로 쓰는 main 병동에 있는 의료진들의 업무방으로 오전 7시까지 모인다. 7명 정도가 일하면 딱 맞는 사이즈 방이다. Microsoft teams 라는 앱으로 연결하면 인터넷 상에서 우리 과 교수들, 관련되는 타과 교수들, PA 등이 다 모인다. 그들이 교수 연구실에 있는지 집에서 접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공간의 제약이 없어졌기에 어디서든 휴대폰만 있으면 회의 참석이 되고 x ray 도 나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날 해야될 것들을 논의하고 지시하고 확인한다.

     

    이 원격 회의 시스템의 장점은, 

     

    1. 공간적 제약 없어짐. 참석율 매우 높음.

    2. Work room 에 있는 비슷한 처지의 우리들끼리 많이 친해짐. 수화가 발달하기 시작함. 

    3. 어쨌든 사람들이 회의를 위해 이동해야할 거리가 줄어듦. (주의: 운동 부족이 올 수 있음)

     

    단점으로는, 

    1. 안 그래도 잘 안 들리는 영어가 수화기 너머로 더 잘 안 들리는 것 같음. 그러나, 내가 못 들었어도 옆에 친구들이 있음. PA (physician assiat) 들이 또한 꼼꼼히 챙기고 있음. 

    2. 콤퓨터를 좀 다룰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됨. 영상 공유하구..등등 (그러나, 익숙해 지면 어렵지는 않음)

    3. 교수들과 같이 회진 도는 것이 없음. 교수들은 따로 PA 들과 시간 맞춰서 회진을 돎. trainee 입장에서 이 부분이 조금 아쉬울 수 있을 것 같음. 교수님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설명 등이 나중에 trainee 들이 홀로서기 할 때, 피와 살이 되기 때문임.  

     

    이렇게 모두가 한 시각에 원격으로 모여 환자에 대한 상태를 전원이 공유하기에 집단 지성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인수 인계라는 시간 허비가 없어지고 전공의들과 펠로우들은 회의 후 수술방에만 집중하면 된다. 가끔 중환자실에서 요청이 오면 잠깐씩 수술장을 나와 도움을 주고 오면 된다. 

     

    한국에 카톡이 있다면 미국은 whats app 이라는 것을 쓰는 데, 기능은 같다. 나는 4개의 방에 소속되어 있는 데, 

    1. 폐이식+ECMO 

    2. General ward /  ICU 환자방

    3. 병동 procedure 방 (흉관넣고 빼고, pig tail 넣고 thoracentesis 하고 등등..)--놀랍게도 이것만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4. 전공의/펠로우 방

     

    이 앱을 창구로 해서 소통하면서 환자들을 care 하고 서로 돕고 일이 돌아가도록 만든다. 미국 친구들이 "How are you?" 다음으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How can I help you?" 인 것 같다. 뭔가 자꾸 주변 사람들을 도와야만 한다고 세뇌받은 아이들처럼...대답은 주로 "아니야, 나 혼자 할 수 있어, thank you, though"...이런 것들이 처음에 매우 어색했는데, 그냥 미국식 문화려니 하고 있다. 

     

    요약하면, 

    1. 원격 의료, 원격 회의는 이제 Standard 가 되어 가고 있다. 왜 샌프란스시코 상업건물들 가격이 떨어지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2. 지성들이 집단으로 움직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무리 일이라고는 하지만, 넘쳐나는 카톡알림에 피곤하기도 하다. 

     

    3. 안 그래도 1인실 밖에 없어서 혼자 덩그러니 있는 미국 환자들이 오늘은 좀 외로워 보였다. 자주 가서 얼굴을 내밀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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