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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외과 의사를 판별하는 방법
    카테고리 없음 2023. 10. 24. 01:40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은 아마도 "누구에게 내 몸을 믿고 맡기지?" 라는 걱정일 것이다. 

    특히 암 진단을 받으면 너도나도 KTX, SRT 표를 끊고 Big 5 병원에 누구 아는 사람 없나 수소문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누가 정말 좋은 외과 의사인지 알기가 너무 어렵다.  

     

    현직 외과 의사로서 솔직히 몇가지 tip 을 말씀드리자면, 

     

    1. 수술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마취과 의사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하루 종일 수술방에 있으면서 똑같은 수술이 surgeon 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결과가 나오는지를 매일 보고 있다. 다만 말을 아낄 뿐이다. 요즘은 마취과 의사들이 중환자 의학도 겸하는 경우가 많아 술 후 환자 상태까지도 보고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단지 그 분들은 동료애와 더불어 절대 병원에 해로울 수 있는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인 당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마취과 의사들이 자신의 가까운 가족들의 수술을 누구에게 맡기는지 보면 그게 답이다. 자기 병원에서 수술을 안 시키면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2. 같은 과 내에 교수가 4명이 있다고 하자. 수술 세부 전문분야가 특별히 나누어지지 않았다고 할 때, 과연 서로가 서로의 수술 실력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나는 모른다에 한 표를 던진다. 알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기 수술하느라 다른 동료의사가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 볼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 4명의 실력차를 가장 잘 알까? 정답은 수술 조수이다. 매번 바뀌는 레지던트는 잘 모른다. 식견도 좀 짧아서 어떤게 잘하는 수술인지 분간이 어려울 때다. 그러나, PA (physician assist)라고 불리는 이들은 정규직이고 하루종일 수술장에서 수술을 돕는다. 이들도 자신의 위치와 과내의 평화를 위해 대부분 그런 예민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함구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조용히 진심어린 조언을 구할 수 있다면 좋은 외과의사를 만날 확률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3. 일반인으로서 현실적인 접근법은 논문을 검색해 보는 것이다. 먼저 논문 검색은 google scholar 정도면 충분하다. 만약, 폐이식을 받아야 하는 극단적 상황이라 생각해 보자. 한글로 키워드를 치면 안된다. 수준 높은 논문들은 다 영어로 작성되어 있기에 lung transplantation 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옆에 관심있게 생각하는 교수 이름을 영어로 같이 넣어준다. 이렇게 하면 그 교수가 쓴 폐이식에 관한 논문들이 쭉 나와야 최소한 괜찮은 거라 생각한다. 논문을 쓰지 않는 대학교수를 대학교수라 부르기 민망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최소한 그 주제에 관해 엄청난 고민과 도전과 열정이 있었음을 대변해 준다.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해 경험이 어느 정도 상당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 제1저자이거나 책임저자로 기여한 것일 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제 1저자는 제일 앞에 이름이 나오는 사람이며 이 논문의 탄생에 기여가 가장 큰 사람이다. 책임저자는 보통 이 논문을 지도한 교수가 해당되며 두번째로 이름이 나올 때도 있고 제일 뒤에 이름이 위치할 때도 있다. 아래의 예를 보면, Kenneth Meredith 는 사람 이름 뒤에 편지봉투 모양이 달려 있는 데, 이것이 책임저자 라는 뜻이다. 이 논문에 관해 의문점이 있으면 이 분에게 편지 해라 이런 뜻...

     


     

    결론적으로, 

    1. 빅 5 가도 다 실력좋다고 말할 수 없고, 지방 대학병원이라고 실력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그건 선입견인 것 같다. 단지 서울에 있는 큰 병원들이 사람들이 더 친절하고 병원이 깨끗하고 세련된 것은 맞다고 생각된다. 지방병원들이 이런 것들을 좀 신경 써 주었으면 좋겠다. 이미지 관리가 부족... 

     

    2. 평판 조사를 할 때, 제대로 된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대부분 여기서 좌절하겠지만...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고급정보이겠는가? 

     

    3. 논문검색은 답답할 때 보조 도구로서 이용할 만 하다. 

     

    4. 환우 카페에 가서 직접 경험한 분들의 이야기도 도움이 많이 된다. 문제는 몇몇 의사들만의 잔치라 언급되지 않는 재야의 고수들을 파악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5. 미국 대형 병원들의 홈페이지에는 대놓고 자기 병원 의사들의 평점과 댓글을 허용하고 있다. 엄정한 관리를 위해 이들 코멘트와 평점은 외부 제 3자에 의해 운영되어 객관화를 지향한다. 이런 것들을 지방 병원들이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이 오히려 더 믿고 몸을 맡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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