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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미국은 전공의 수를 제한 할까?
    의료 2024. 8. 24. 12:30

    나이 50이 다 되어 이 곳 시카고에 있는 미국 내 톱 10 안에 드는 대학병원에서 clinical fellow 를 시작한지 8개월이 다 되어간다. 매일 시행되는 수술 건수로는 한국의 삼성, 아산 병원에 비해 분명 적을 것이나, 과연 의료 quality 로 봤을 때도 한국이 정말 더 잘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 갔다온 선생님들이 미국을 평가 절하 하길래 그런 줄로만 알았다. 수술을 발로 한다라는 둥...그런 소리를 하는 분들의 특징이 직접 몸을 불사르면서 미국 의료 체계에 뛰어든 사람들은 대부분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수술방에서 몇 시간씩 observation 만 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알면 알수록 미국 의료는 재밌는 곳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미국은 왜 의사수를 제한할까? 

    그래도 돌아가니깐...그리고 적정 수준의 수요에 맞는 인력 공급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최상의 의료 질을 유지한다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1. 전공의 수 제한

    : 이렇게 큰 병원에서 한 해 뽑는 흉부외과 전공의 수는 단 2명이다. 왠만큼 경쟁력이 있지 않고서는 들어올 수가 없다. 

    인성, 평판, 성적, 연구업적 등이 모두 최고수준이어야 뽑힌다. 올해는 대만계 친구 1명과 인도계 친구 1명이 1년차이다. 아시안 강세이다. 인원이 적다보니 많은 기회들이 이들에게 집중될 수 있고 실력이 쭉쭉 느는 것이 보인다. 한국 같으면 전공의 위주로 병원이 돌아가다 보니 최대한 값싼 임금의 전공의들을 많이 뽑으려고 난리인데, 항상 미달이지 않나? 하긴 생각해 보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흉부외과도 전공의 수가 매우 제한적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기는 하다. 두 나라의 전공의들 표정이 너무 대비되지만...

     

    뭐가 잘못된 것일까?

     

    "전공의들을 노동자로 보는 순간부터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다." 

     

    나름의 분석으로는, 

    - 여기는 의사들을 지원하는 인력이 엄청나다. PA (physician assistant) 제도가 잘 되어 있어 간호사 중에 2년 정도 더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PA 가 되는 데, 한국의 전공의 1-2년차 역할을 다 해 준다. 어쩌면 3-4년차 수준일 수도 있다. 낮에 전공의가 수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바깥 병동을 완전 stabilization 시키고 해당 staff 과 회진 돌면서 왠만한 잡일들을 다 해 놓고 의무기록까지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심지어 흉관 삽입, 기관절개술, 기관지 내시경 등을 매우 숙련된 솜씨로 해낸다. 어려운 case 들은 물론 의사들이 도맡게 된다. 5시 정도에 인수인계를 당직 의사에게 하고 이들이 퇴근하면 그 때 부터는 전공의는 당직 의사로서의 의무만 잘 하면 된다. 일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더우기 중환자들은 중환자의학과에서 24시간 밀착 care 들어가기 때문에 큰 결정하는 것을 상의하는 역할 정도 한다. 즉, 전공의 주변에 도움을 주는 인력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 전공의는 교육을 받는 사람이며 미래의 일꾼을 잘 길러낸다는 마음으로 교수들이 키워내는 자식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그 누구도 전공의를 부려먹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 우리나라가 지금 의사 수를 늘리려고 하는 데,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 의사수는 지금도 적당하지 않나 싶다. 문제는 의사 지원 인력을 어떻게 잘 꾸리느냐에 해답이 있다. 아무리 힘든 흉부외과 이지만, PA 시스템이 잘 되어 받쳐 주기만 한다면, 서로가 윈윈이 될 수 있다. PA는 전문직으로서 더 나은 월급을 기대할 수 있고, 전공의는 정신과 육체가 건강히 유지되면서 진정한 수련에 몰입할 수 있다. 제대로 잘 배운 흉부외과 전문의는 나중에 청출어람으로 더 훌륭한 surgeon 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환자들에게 이득이며, 의료 재정으로 봐서도 가장 cost effective 하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자꾸 실수를 저지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요약하면,

    1. 넘치는 것 보다 약간 부족한 듯 보이는 게 더 낫다는 옛 속담이 다 이유가 있다. 

    2. 법률 정비를 통해, 교육 개혁을 통해 PA 제도를 양성화 해야한다. 

    3. 중환자 의학, 외상 외과, 응급 의학 등의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필수 의료"를 잘 살리면 다른 기피 외과들도 훨씬 살 만 해 질 것이다. 즉, 같이 상생해야한다. 그런데, 한국은 다 같이 죽어가고 있다. 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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