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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은 전공의 수를 제한 할까?의료 2024. 8. 24. 12:30
나이 50이 다 되어 이 곳 시카고에 있는 미국 내 톱 10 안에 드는 대학병원에서 clinical fellow 를 시작한지 8개월이 다 되어간다. 매일 시행되는 수술 건수로는 한국의 삼성, 아산 병원에 비해 분명 적을 것이나, 과연 의료 quality 로 봤을 때도 한국이 정말 더 잘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 갔다온 선생님들이 미국을 평가 절하 하길래 그런 줄로만 알았다. 수술을 발로 한다라는 둥...그런 소리를 하는 분들의 특징이 직접 몸을 불사르면서 미국 의료 체계에 뛰어든 사람들은 대부분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수술방에서 몇 시간씩 observation 만 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알면 알수록 미국 의료는 재밌는 곳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미국은 왜 의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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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기관지 내시경의 활용의료 2024. 5. 29. 09:06
내가 미국에 와서 가장 처음 놀랐던 것은 중환자실 환자들의 가래 분비물을 기관지 내시경으로 눈으로 확인하면서 제거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한번도 상상해 본 적 없던 장면이어서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일회용 기관지 내시경의 활용이다. 가격이 668 달러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물어본 바로는 300 달러 선에 병원에 입고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던 것이어서 신기했는데, 이것을 간호사도 쓰고 의사도 쓰고 너무 너무 활용을 잘하고 있었다.기관지 내시경이라는 것을 한국에서는 호흡기 내과의사들의 전유물로만 여겼었는데, 미국에서는 접근의 문이 매우 활짝 열려 있었고 시뮬레이션 트레이닝 센터에서 원없이 실습해 볼 수 있고 훈련받을 수 있어 단 며칠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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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이식 - 새로운 도전 (1), New challenge for Lung Transplantation의료 2024. 3. 17. 10:00
우리 병원의 폐이식 프로그램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창의적이고 진취적이며 도무지 그 한계를 알 수 없는" 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97건의 폐이식을 하고 올해는 아마도 150건을 거뜬히 해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의 큰 변화로는 두가지를 들 수 있겠다. 하나는, Donor (공여자) selection 에 있어 큰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폐라는 장기는 장기 공여자가 있더라도 폐 상태가 확실히 좋지 않으면 폐이식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으며, 고작 30% 정도의 공여자 폐만이 실제 폐이식에 사용되어져 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여러 방안들이 새롭게 적용되고 있는데, EVLP (ex-vivo lung perfusion) 기계의 적극 활용이다. 가장 critical c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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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흉 치료 어떻게 하는 게 좋나요?의료 2023. 12. 19. 04:15
먼저 본인이 일차성 기흉인지 이차성 기흉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겠다. 젊은 나이이고 기저 폐질환이 없다면 일차성 기흉에 해당할 것이다. 오늘은 일차성 기흉의 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기흉의 증상 (가슴 답답함, 가슴 통증, 가슴 안에서 공기가 돌아다니는 느낌, 숨쉬기가 불편함 등)이 생기고 나서 병원에 가면 보통 가슴 X-ray 를 찍어서 진단하게 된다. X-ray 에서 잘 안 보일 정도의 기흉이라면 사실 치료도 딱히 할 필요없기 때문에 CT 를 찍을 필요까지는 없겠다. 나는 기흉이 X-ray 에서 진단되면 두가지를 결정한다. 1. 지금 폐 안에 고인 공기를 뺄 것인가 vs 지켜볼 것인가? 2. 지금 LDCT (low dose chest CT; 저선량 가슴 CT) 를 찍을 것인가 vs 공기를 빼내고 찍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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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뼈 골절, 비골 골절 (nasal bone fracture)의료 2023. 12. 17. 14:57
오늘 우리 딸이 농구 시합에서 수비하던 중, 상대방 아이의 머리에 왼쪽 코를 받히는 부상을 입었다. 아이가 다쳤다는 소식에 너무 놀라고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병원의 응급실을 가야한다는 사실에 머리가 아팠다. 처음으로 Suburban 에 있는 우리집 인근 Evanston 에 위치한 미국 대학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시내 중심가이고 우리가 처음에 이 곳에 와서 들었던 의료보험이 North shore 라는 University of Illinois medical center 계열 병원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선택의 옵션은 많지 않았다. ER 로 들어가서 접수처에서 이름, 주소 등을 등록하고 15분 기다리니 Nurse 가 나와서 Triage (환자의 기본 상태를 체크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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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 Jet plane을 타면 어떤 기분일까?카테고리 없음 2023. 12. 17. 13:21
오늘도 늦은 오후에 제트기를 타고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 도시를 향해 떠난다. 우리의 목적은 여행은 아니고 공여자 폐를 잘 보존해서 가지고 오는 것이다. 석양이 드리운 시카고 도시 전경이 이제 익숙하다. 우리는 한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애쓰는데, 가끔 뉴스를 보다보면 전쟁 같은 걸로 많은 사람들이 허망하게 쓰러지는 것을 보면 화가 날 때가 있다. 오늘은 사설 제트기에 대해 TMI 드리고자 한다. 우리가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는 Atlantica air med 라고 하는데, 폐이식을 위한 여정에 필요한 모든 교통수단을 다 arrange 해 준다. 병원앞에 이런 큰 밴이 기다리고 있고 이걸 타고 도심의 Midway 공항으로 간다.개인용 제트기들만 모여있는 공항라운지가 조그맣게 있다. 벌써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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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Pick up 매장해외생활 2023. 12. 4. 03:31
우리 병원안에는 1층 코너에 스타벅스 매장이 이렇게 있다. 커피 한잔 값도 아까워 그냥 지나치기를 3개월…드디어 오늘 큰 마음 먹고 따뜻한 카라멜 마키아또를 라지 사이즈로 하나 먹으리라 다짐하며 들어서 본다. 10여명 되는 사람들이 줄도 안서고 어떤 규칙적인 패턴없이 서 있고 미리 앱으로 주문한 음료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나는 계산카운터를 찾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고 오더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던 찰라 지나가는 직원에게 어디서 주문할 수 있는지를 물어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주문할 카운터라는 건 없으며 스타벅스 앱에서만 주문 가능하다고 하였다. ”아! 그래서 여기 떡하니 pick up 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구나“ 마치 큰 득도라도 한마냥 끄덕거리며 앱을 다운받아 본다. 오케이! 드디어 다운되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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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해외생활 2023. 12. 3. 07:06
가장 가슴 아프게 팍! 비수를 꽂듯이 파고드는 소리가 쓴소리인 것 같다.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기에 반박불가이고 가만히 꼽씹어보면 내 인생 살아감에 도움이 될 소중한 객관적 지적이다. 이런 쓴소리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건 행운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쓴소리를 하기는 참 쉽지 않더라. 용기가 필요하거나 정말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 않으면 힘들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기억나는 쓴소리를 두번 들은 것 같다. 한번은 어떻게 폐암을 수술하는 의사가 담배를 필 수 있느냐 하는 쓴소리였고 두번째는 미국 병원 일 시작할 때, 너 영어가 지금 부족하다, 더 분발해라 하는 쓴소리였다. 다행히 그런 충격적이고 자존심 상하는 소리를 듣고 바로 담배를 끊어버린 내가 신기하고 지금와서 돌..